Home » 가슴이 미어지다
주요 어휘

식민지배 「명사」
colonization

해방 「명사」
「1」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
- 노예 해방.
- 과중한 업무에서 해방이 된 홀가분한 마음.
「2」 『역사』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난 일.

일제강점기 「명사」
『역사』 1910년의 국권 강탈 이후 1945년 해방되기까지 35년간의 시대.

조국 「명사」
「1」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비슷한말」 고국(故國)
- 조국으로 돌아오다.
- 그들은 조국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였다.
「2」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짚다 「동사」
「3」 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
-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 가며 가르치다.
- 시험 문제를 짚어 주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다.

끝판왕 「명사」
마지막 판에 이르러 볼 수 있는 왕. 가장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이나 그러한 대상을 이른다.

8월 15일은 한국의 광복절입니다. 광 복 절!

한국은 옛날에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었죠. 무려 35년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마침내,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매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지정한 것이죠. 이 광복절은 한국의 5대 국경일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5대 국경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이 있습니다. 한글날은 우리 한국어 학습자 여러분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날이겠죠?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한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셨던 심훈 선생님의 시를 읽고 그 안에서 쓰인 표현을 배워볼 건데요. 시의 제목은 <그날이 오면>입니다. 우선,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시를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


제목 <그날이 오면> 시인,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참 슬픈 시죠. 일제강점기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면서 이 시를 쓰신 심훈 선생님은 결국 우리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그전에 돌아가셨다고 해요. 너무 안타깝죠.

사실 이런 시는, 그것도 요즘 시가 아니라 옛날 시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이 학습 자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요즘 사람들은 잘 쓰지 않는 오래된 표현이나 어려운 한자어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이 시에 나오는 표현,

가슴이 미어지다

‘가슴이 미어지다’라는 표현만큼은 현대의 한국어 학습자 여러분들이 배워도 좋을 표현입니다. ‘가슴이 미어지다’를 우리의 일상에서 그렇게 자주 쓴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때때로 쓰는 표현이고, 여러분의 어휘력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줄 표현인거죠. 자, 그럼 시를 먼저 한 번 들려드렸으니까 이번엔 시의 내용을 간략하게 한 번 짚어볼게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는 말씀 드렸듯이, 일게강점기에 조국의 해방, 우리 대한민국의 독립을 아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입니다. 여기서 ‘그날’, 그날이 가리키는 날은 바로 해방의 날이겠죠?

해방의 날이 오면 너무 행복할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된다면, 나는 그날에 당장 죽어도 기쁠 것이다.

라는 내용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표현인 ‘가슴이 미어지다’가 쓰인 문장을 다시 읽어볼게요.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말은,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쁘다’ 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쁨의 정도를 표현하는 말 중에서 가장 끝판왕이라고나 할까요? 가장 정도가 높은 거예요. 가장 센 것.

대체 얼마나 기쁘면 가슴이 폭탄처럼 터져버린다고 말을 하겠어요? 가슴 속에 기쁨이 가득가득 들어차서 막 부풀어오르다가 한계치를 넘어버려서 펑! 터진다는 말이잖아요. 만약 이 문장을 여러분이 쓰기 좋게 현대식 말투로 바꿔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런식으로 쓰면 될 거예요.

“너무 기뻐서 가슴이 미어졌어.”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미어졌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미어질만큼 기뻤어.”

“그녀를 다시 만나서 얼마나 기뻤냐면……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어.”

여러분이 이렇게 동사 ‘미어지다’를 써서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주아주 좋은 일이 여러분에게 있다는 걸 거예요. 왜냐하면 그냥 보통의 좋은 일이라면,

“너무 기쁘다!”

“너무 행복해!”

라는 표현으로도 충분하잖아요? 그런데 “가슴이 미어질만큼 기쁘다”라고 말을 해야할 상황이라면…… 여러분이 언제 이 말을 실제로 쓰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오늘의 표현, ‘가슴이 미어지다’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앞서 제가 말한 예시들을 다시 한번 쭉 살펴볼까요?

“너무 기뻐서 가슴이 미어졌어.”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미어졌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미어질만큼 기뻤어.”

“그녀를 다시 만나서 얼마나 기뻤냐면……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어.”

이 네 개의 예시 모두에 {기뻐서, 행복해서, 기뻤어, 기뻤냐면} 같은 표현들이 함께 들어있어요. 만약 기쁨과 행복, 이런 단어들이 빠진 채로, 기쁨과 행복 이런 단어를 뺀 채로 ‘가슴이 미어지다’를 말하게 되면 완전히 반대의 뜻이 되어버려요.

기쁨과 행복, 즐거움 이런 단어를 빼고 ‘가슴이 미어지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겁니다.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볼까요?

  •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이 문장이 과연 기쁨을 얘기하는 걸까요? 아니죠. 슬픔을 얘기하는 거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보고싶고, 눈물 나고, 당연히 슬프잖아요.

예를 더 들어볼게요.

  • 그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알고 나니 더욱더 가슴이 미어졌다.

이 한 문장에서 어떤 영화를 봤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어요.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 슬픈 영화를 봤구나?” 라는 걸 바로 알아챕니다.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표현이 기본적으로 슬픔을 얘기하는 표현이라는 걸 한국인들은 다들 알기 때문이에요.

마지막 예시를 들어볼게요.

  • 그녀는 며칠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녀는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슬픔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문장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훨씬 이해하기 쉬우시죠? 그녀는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서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겪는다고 합니다. 얼마나 슬플까요? 가슴이 미어지는 기쁨이 아주아주 큰 기쁨, 끝판왕의 기쁨인 것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도 마찬가지로 끝판왕의 슬픔입니다. 그만큼 이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말이 되게 극단적인 감정의 표현이라는 거겠죠?

정리를 해보자면,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표현의 기본은 슬픔! 슬픔입니다. ‘슬퍼서 가슴이 미어지다’ 라고 말해도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냥 ‘가슴이 미어지다’ 라고 말해도 똑같이 슬픔을 표현하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감상한 시에 나온 표현처럼,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지다’ 라고 말한다면? ‘기쁘다’ 라는 단어와 함께 말한다면? ‘가슴이 미어지다’ 라는 표현은 아주아주 행복한, 그리고 아주아주 기쁜 것이 됩니다.

이렇게 조금의 차이로 인해서 뜻이 완전히 반대로 뒤집혀 버리기 때문에 오늘의 표현을 쓸 때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기쁨인지, 슬픔인지를 잘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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