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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어휘

언성 「명사」
말하는 목소리.
- 언성을 높이다/낮추다.

부업 「명사」
본업 외에 여가를 이용하여 갖는 직업.≒ A side job.

오늘의 표현은 ‘일을 벌이다’입니다.

일을 벌이다

천천히 말하면, 벌 이 다. ‘물건을 버리다’ 할 때의 동사 [버리다]가 아니에요. 여러분. 어쩌면 많은 분들이 동사 [버리다]는 들어봤어도, 오늘 배우는 ‘일을 벌이다’의 동사 [벌이다]는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 두 단어는 발음이 같을 뿐, 뜻은 전혀 다른 단어들입니다.

자, 일을 벌이다에서 [일]이란, 여러분이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매일매일 하는 그것 ! Work ! 그 [일]을 뜻합니다.

그러면 동사 [벌이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크게 세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첫 번째,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 두 번째,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 세 번째,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

이중에서 오늘의 표현, 일을 벌이다에서는 동사 [벌이다]의 몇 번째 의미를 사용하는 걸까요? 여기 대학생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오늘 표현의 사용법과 뜻을 한 번 알아볼게요.

“수호 선배, 우리 팀이 외국인 학생 대상 설문조사도 맡기로 했다던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아 그거? 우리 팀이 하겠다고 내가 교수님한테 말씀드렸어.”

“야, 김수호! 니가 뭔데 혼자서 일을 벌이냐? 우린 동의한 적도 없잖아. 그 설문조사라는거 니가 혼자서 다 할거야?”

“에이~ 성태 형. 그거 별거 아니에요. 다같이 조금씩 나눠서 조사 다니면 금방 끝날텐데?”

“글쎄 별거든, 별거 아니든 대체 니가 뭔데 혼자서 그런걸 결정 하냐고……! 같은 팀원인 우리한테 먼저 물어보고 결정 해야하는 거 아니냐?”

“에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우리가 하면 점수도 더 받고 좋잖아요. 오히려 설문조사 따왔다고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는거 아닌가?”

“아니 근데 이 자식은 말귀를 진짜 못 알아먹네? 그러니까 그런 일을 벌일 때는 사전에 우리랑 상의를 해야지!”

“워워워…… 성태 선배, 수호 선배 둘다 진정해요. 이러다 싸움 나겠어요. 그리고 수호 선배, 솔직히 우리랑 전혀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건 수호 선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두 분 다 일 크게 벌이지 말고, 이 문제는 수호 선배가 교수님한테 다시 가서 설문조사는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걸로 끝내는 게 어떨까요?”

“아오! 김수호 저 자식은 지 잘못이 뭔지도 모르는데 니 말대로 퍽이나 하겠다.”

“제 말대로 할거예요. 그렇죠? 수호 선배?”

“알았어….”

“김수호, 넌 얘가 안 말렸으면 오늘 나한테 아주 끝장났어!”

수호라는 학생이 다른 두 학생과 상의하지 않고, 과제를 더 늘렸어요. 교수님한테서 과제를 더 받아온거죠. 그리고 이걸 알게 된 성태가 수호에게 따지죠.

“야, 김수호! 니가 뭔데 혼자서 일을 벌이냐?”

이 말은 ‘새로운 일을 만들었다’ 라는 뜻도 될 수도 있고, ‘원래 있던 일을 더욱 커지게 했다’, ‘일의 규모를 키웠다’ 라는 뜻도 될 수 있어요. 수호가 설문조사 과제를 받아왔으니까, 새로운 일을 만든 것이 되겠죠? 그리고 동시에, 세 사람이 원래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설문조사가 추가되었으니까 일의 규모가 커진 것이기도 해요.

일을 벌이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런 식으로 쓰는 겁니다. 좀 부정적인 느낌이죠? 수호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해버렸기 때문에 혼나고 있잖아요. 그리고 혹시 눈치 채셨나요 여러분? 후배가 싸우려는 두 선배를 말리면서 한 말 있잖아요.

워워워…… 성태 선배, 수호 선배 둘다 진정해요. 이러다 싸움 나겠어요. 그리고 수호 선배, 솔직히 우리랑 전혀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건 수호 선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두 분 다 일 크게 벌이지 말고,

두 분 다 일 크게 벌이지 말고. 여기서의 일을 벌이다는 동사 [벌이다]의 세 번째 뜻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 세 번째 뜻이 뭐였죠? 동사 [벌이다]의 세 번째 뜻은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 였습니다.

그러니까 후배의 말, ‘두 분 다 일 크게 벌이지 말고’ 가 뜻하는 바는 한마디로, 싸우지 말라는 거죠. 성태와 수호가 대화를 하다가 성태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잖아요. 그러다가 진짜 주먹싸움이 되어버릴 우려가 있었으니까 딱! 후배가 끼어든거죠. 끼어들어서,

‘일 크게 벌이지 마세요!’

라고 하는건데, 이 말에는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으니까 싸우지 말자’ 라는 속뜻이 들어있는 겁니다.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다’. 네, 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친구들이랑 다툼도 하고, 심하게는 주먹다툼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 말다툼은 하더라도 진짜 주먹 싸움은 하지 않죠? 폭력은 나쁜거니까. 아무튼 그런데, 살다보면 어른들도 피치 못할 다툼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 이 말을 정말 자주 씁니다.

  • “거참, 우리 모두 성인이니까 일을 크게 벌이지 맙시다.”

그리고 바로 이 표현을 후배가 두 선배를 말리면서 쓴 거예요. 그러니까 첫 번째 대화문에는 동사 [벌이다]의 세 가지 의미 중에서 두 가지가 쓰인거죠.

자, 그러면 이제 다시 동사 [벌이다]의 첫 번째 의미 쪽으로 돌아가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해서 주변인들을 곤란하게 만든 상황을 좀 더 알아볼까요? 방을 너무 어지럽힌 아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 “이놈이, 엄마는 하루종일 청소하고 빨래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너는 방 꼴이 이게 뭐야? 왜 자꾸 일을 벌이니 엄마 힘들게!”

너무 현실 엄마였나요? 제가 어릴 때 엄마한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 혹시 다른 사람을 향해서 말하는 것만 가능한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아니에요. 자기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말이죠.

  • “끄악! 어떡해! 이번주 내내 작업한 자료를 실수로 지워버렸어요. 큰일 났다 정말! 어떡하죠? 제가 일 벌였네요.”

방금 예시에서는 일을 벌이다가 거의 ‘사고를 치다’와 비슷한 느낌으로 쓰였네요.

그러면 ‘일을 벌이다’가 과연 이처럼 부정적인 뜻으로만 쓰이는 걸까요?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쓰일 수 없는 걸까요?

이번에는 바로 그 긍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대화문을 한번 들려드릴게요.

“진우야, 뭐해? 운동화 사려고 인터넷쇼핑 하고 있는거야?”

“응! 이번에 철인삼종경기(Triathlon) 나가보려고 하는데 새 운동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철인삼종경기? 너 요즘에 대학원 공부 때문에 엄청 바쁘지 않아?”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이야~ 멋있네? 맞다! 근데 너 곧 애들 수학 가르치는 일도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어?”

“과외말야? 그거라면 저번 주에 벌써 첫 수업 시작했어.”

“뭐야? 그럼 대학원에, 과외 선생님에, 철인삼종경기까지. 너는 진짜 일 벌이는 데는 선수다 선수. 타고났어.”

“하하! 내가 너무 욕심 부리는 건가?”

“아니~ 뭐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일단 하려고 벌여놓은 일들은 다 잘 해내잖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야.”

대화에 등장하는 진우는 이것저것 하는 일이 참 많아요. 안그래도 바쁜 대학원생인데, 부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학 과외까지 하면서, 거기에다가 이번에 철인삼종경기라는 운동을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까 친구가 놀라는거죠. 그래서 말합니다.

  • “너는 진짜 일 벌이는 데는 선수다. 선수.”

한국어 표현 중에 선수라는 게 있어요. 그 축구선수, 농구선수, 야구선수 할 때의 선수가 맞아요. 한국인들은 어떤 일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한테 선수라는 별명을 붙입니다. 마치 그 분야의 프로페셔널 같다는 거를 돌려서 말하는 거죠. 그러면 일 벌이는 데 선수라는 말의 뜻은 일을 잘 벌인다라는 거겠죠? 그런데 이게 나쁜 의미로 하는 말로 들리셨나요? 아니죠! 대화문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들어보면,

“아니~ 뭐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일단 하려고 벌여놓은 일들은 다 잘 해내잖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야.”

이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처럼 “일을 벌이다”는 상황에 따라서 좋은 뜻이 될 수도 있고 나쁜 뜻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이걸 어떻게 구분하느냐? 물론 상황과 문맥에 따라서 이해를 하면 구분이 되지만, 한국어 원어민이 아니라면 해석하는데 조금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제시하는 포인트는 바로, 피해입니다. 피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만약 어떤 일이나 행동을 했는데 그 일이나 행동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이 피해를 입는 거예요. 그러면,

  • “으휴…… 대체 너는 왜 일을 벌이니?”
  • “으휴…… 그러게 너는 가만히 좀 있지, 왜 일을 벌여서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니?”

이런 부정적인 표현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했는데 그 일이나 행동이 주변의 어떤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일을 벌이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일 수 있는 겁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그런데 여러분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벌이다]와 비슷한 단어가 또 있어요. 처음에 말씀드린 ‘물건을 버리다’ 할 때의 말고, 이번엔 또 [벌리다]가 있습니다. 벌 리 다. [벌리다]는 {입을 벌리다, 다리를 벌리다, 간격을 벌리다}처럼 어떤 두 가지 물건의 그 사이 공간을 넓히는 것을 뜻하는데요. [벌이다] 와는 아주 다른 뜻이죠.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이 [벌이다]와 [벌리다]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의미적으로 혼동하기도 하고, 발음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을 벌리다(X)라고 잘못 말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너는 왜 자꾸 일을 벌리냐……!“(X)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건 틀린 표현이에요. 일을 벌리다(X)가 아니라, 일을 벌이다(O)입니다. 꼭 기억하셔야 돼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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