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밑밥을 깔다
주요 어휘

토대 「명사」
「3」 어떤 사물이나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와 밑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다.
- 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자.

발리다 「신조어, 동사」
경기나 대회, 시험등을 포함한 우열을 판가름할 수 있는 승부에서 아주 처절히 진 것을 의미.일반적인 패배거나 용호상박에서 진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고 완벽한 패배, 쪽도 못 쓰고 지거나 혹은 이에 준하는 압도적인 실력차에 의한 패배에서 사용한다.

약을 올리다 「관용구」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하여 언짢게 하거나 은근히 화가 나게 하다.
- 그 녀석은 별명을 부르며 친구의 약을 올렸다.

응수하다 「동사」
【…에/에게】 상대편이 한 말이나 행동을 받아서 마주 응하다. ≒대수하다.
- 그는 늘 사람들이 거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응수했다.

애초 「명사」
맨 처음.
- 그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여러분은 친구들과 내기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테니스, 농구, 포켓볼, 다트 같은 스포츠 경기나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 같은 걸로 시합을 하면서 진 사람이 벌칙을 수행하는 그런 내기요. 벌칙으로는 보통 밥값 내기, 술값 내기, 아니면 커피 사기 등이 가장 흔하죠. 물론 돈을 쓰는 벌칙 말고도 단순히 재미를 위한 벌칙도 있겠죠.

오늘의 한국어 원어민 표현은 이렇게 친구와 내기를 할 때, 혹은 꼭 내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시합 같은 걸 해서 승부를 가릴 때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특히 승부욕이 강해서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쓰면 딱 좋은 표현이죠. 오늘의 젤리팁은 밑밥을 깔다입니다.

밑밥을 깔다

사실 밑밥이라는 것은 원래 낚시 용어라고 합니다. 밑밥을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면 ‘물고기나 새가 모이게 하기 위하여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 라고 설명이 나와요. 그리고 동사 [깔다]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여기서는 ‘바닥에 펴 놓다’ 의 의미로 쓰였죠. 바닥에 펴 놓다.

즉, 국어사전을 토대로 밑밥을 깔다를 디테일하게 풀어서 말해보면 ‘물고기나 새가 모이게 하기 위하여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를 바닥에 펴 놓다’ 가 되겠네요? 대체 이게 무슨 뜻을 가진 표현일까 싶으시죠? 밑밥을 깔다라는 표현은 사실 원문 그대로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요즘의 한국 사람들이 뜻을 조금 변화시켜서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오늘의 표현에 대해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밑밥을 깔다를 실제 사용하는 대화문을 들어볼까요?

“석표야, 플스방 가서 위닝일레븐 한 판 할까?”

“위닝? 좋지! 오랜만에 재밌겠다. 근데 너 오늘도 저번처럼 무참히 발릴 준비 돼 있냐?”

“하하. 어이없네. 저번에는 내가 봐준거야.”

“흥! 웃기시네? 그럼 오늘은 절대로 봐주지 마라?”

“안 봐줄거야! 아참, 그런데 아까 문틈에 찧인 손가락이 아직도 아프네.”

“뭐? 손가락이 어째? 이 자식이 질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밑밥을 까네?”

“야! 밑밥 까는거 아니거든? 빨리 가자.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게.”

“그래. 고고고!”

석표와 친구가 위닝일레븐이라는 축구게임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자주 같이 그 게임을 했겠죠? 그런데 석표가 친구에게 질 준비가 되어있냐고 약을 올리자, 친구가 저번에는 일부러 봐준 거였다고 말해요. 그러다가 뜬금없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얘기를 꺼내죠. 손가락을 다쳤다는 건 게임기 패드를 조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뜻이잖아요?

게임기 패드
게임기 패드

그 얘기인 즉슨, 어쩌면 자기가 오늘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죠. 친구의 말을 들은 석표가 바로 응수합니다.

  • “뭐? 손가락이 어째? 이 자식이 질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밑밥을 까네?”

어떠세요? 밑밥을 깔다의 의미가 이해가 되시나요? 밑밥을 깔다핑계를 대다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쓰입니다. 경기에서 질 것 같으니 내가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핑계로 대는 것을 밑밥을 깔다라고 하는 거죠.

정리하면, 한국인들은 승부를 가리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패배에 대한 핑계를 대면 밑밥을 깔다를 써서 이런 말을 하곤 해요.

  • “야 임마! 밑밥 깔지마라.”
  • “너 지금 밑밥 까냐?”
  • “얘는 자신 없을 때는 치사하게 꼭 밑밥을 깔더라.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해!”

참 재미있는 표현 아닌가요? 그리고 혹시 예문들을 들으면서 친한 친구 사이에서만 쓰는 표현이라는 것도 눈치채셨을까요? 맞아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당신 지금 핑계를 대고 있네요’ 하면서 지적하는 일은 애초에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오늘의 표현, 밑밥을 깔다가 핑계를 대다 외에도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백 마디 설명보다 대화문을 한 번 들어보는게 이해가 더 빠르실 것 같아요. 그럼 바로 들어볼까요?

“아빠, 인도가 그렇게 음식이 맛있고 볼거리가 많대요.”

“그래?”

“네. 역사가 깊은 나라잖아요.”

“인도가 역사가 깊은 나라이긴 하지.”

“그래서 배낭여행의 끝판왕이 바로 인도라던데요?”

“그러냐?”

“네. 게다가 비수기에는 인도행 직행 항공권이 100만원도 안 한다던데요? 현지 물가야 당연히 저렴하고요.”

“응, 안 돼.”

“예? 안 된다니 뭐가요?”

“너 지금 인도 여행 가고 싶어서 허락해달라고 밑밥 까는 거잖아. 절대 안 돼. 공부나 열심히 해.”

“으앙! 아빠…… 보내주세요……!”

아빠와 아들의 대화였죠.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 아들이 인도 여행의 좋은 점을 슬며시 하나씩 얘기 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듣던 아빠가 갑자기 안 된다고 하죠. 여행을 허락해줄 수 없다고 말해요. 그 다음 아빠의 대사에서 오늘의 표현이 등장하죠.

  • “너 지금 인도 여행 가고 싶어서 허락해달라고 밑밥 까는 거잖아. 절대 안 돼. 공부나 열심히 해.”

어떠세요? 이때의 밑밥을 깔다핑계를 대다(X)라는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에 가까운 것 같죠? 이때 쓰인 밑밥을 깔다사전 작업을 하다 혹은 물밑 작업을 하다의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전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조금 준비를 해놓는 것을 말해요. 그 일이 실제로 시작되었을 때 더 잘되도록, 더 잘 성공하도록 미리 조금 준비를 갖춰놓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물밑 작업을 하다 역시 사전 작업을 하다와 거의 비슷한 뜻인데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하는 작업이라는 뜻이거든요.

예문에서 아들이 인도 여행의 좋은 점 여러 가지를 먼저 아버지에게 얘기한 것이 바로 사전 작업이죠. 그렇지만 우리의 지혜로운 아버지들은 아들들의 속마음을 단박에 눈치 채는 능력들이 있으시죠. 아들이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 밑밥을 깔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신 거예요.

오늘은 한 가지 표현으로 두 가지 용법을 배워봤어요. ‘핑계를 대다’ 대신(Click! if you want to learn more about 대신)에 밑밥을 깔다를 쓸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사전 작업을 하다’ 대신에도 밑밥을 깔다를 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우리는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합니다. 한 가지 표현만으로 두 가지의 다른 상황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참 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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