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어휘 토대 「명사」 「3」 어떤 사물이나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와 밑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다. - 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자. 약을 올리다 「관용구」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하여 언짢게 하거나 은근히 화가 나게 하다. - 그 녀석은 별명을 부르며 친구의 약을 올렸다. 응수하다 「동사」 【…에/에게】 상대편이 한 말이나 행동을 받아서 마주 응하다. ≒대수하다. - 그는 늘 사람들이 거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응수했다. 애초 「명사」 맨 처음. - 그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여러분은 친구들끼리 내기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진짜로 돈을 걸고 하는 내기 말고요. 그냥 재미로 하는 시합 같은 거요. 예를 들어 테니스, 농구, 포켓볼, 다트 같은 스포츠 경기나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 등으로 누가 이기는지 겨뤄보는 거요. 물론 큰 돈이 오가는 도박은 아니더라도, 지는 사람이 식사를 산다거나, 다같이 마신 술값을 진 사람이 혼자 낸다거나 그밖에 다른 종류의 벌칙이 있을 수 있죠. 내기는 보통 벌칙이 주는 재미로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이런 내기를 하다보면 사람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성격과 특징들이 도드라지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승부욕이 강해서 계속 지면서도 자꾸만 재경기를 요구하는 성격도 있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도 있겠죠. 또 사실은 엄청 잘하면서 일부러 져주는 착한 친구도 있을 수 있고요. 그게 바로 접니다. 농담이고요. 🤣
저는 스포츠 쪽에 딱히 승부욕이 있진 않은 사람이라서, 친구와 어떤 경기를 하게 되면 ‘이겨도 그만이고 져도 그만이다’ 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이라는 표현은 관용구입니다. 이기든 지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 하시면 좋아요. 승부가 어떻게 갈리든지 간에 좋거나 나쁠 게 없다. 결과가 딱히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라는 뜻을 가진 표현법이죠.
아무튼 저는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유형의 사람인데 모든 사람이 다 저와 비슷한 건 아니잖아요? 젤리코리안 구독자 여러분은 내기를 할 때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는 것 같으세요? 혹시 승부욕이 엄청 강한 사람은 아니신가요?
오늘의 한국어 원어민 표현은 이렇게 친구와 내기를 할 때, 혹은 꼭 내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시합 같은 걸 해서 승부를 가릴 때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특히 승부욕이 강해서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쓰면 딱 좋은 표현이죠. 오늘의 젤리팁은 밑밥을 깔다입니다.

사실 밑밥이라는 것은 원래 낚시 용어라고 합니다. 밑밥을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면 ‘물고기나 새가 모이게 하기 위하여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 라고 설명이 나와요. 그리고 동사 [깔다]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여기서는 ‘바닥에 펴 놓다’ 의 의미로 쓰였죠. 바닥에 펴 놓다.
즉, 국어사전을 토대로 밑밥을 깔다를 디테일하게 풀어서 말해보면 ‘물고기나 새가 모이게 하기 위하여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를 바닥에 펴 놓다’ 가 되겠네요? 대체 이게 무슨 뜻을 가진 표현일까 싶으시죠? 밑밥을 깔다라는 표현은 사실 원문 그대로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요즘의 한국 사람들이 뜻을 조금 변화시켜서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오늘의 표현에 대해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밑밥을 깔다를 실제 사용하는 대화문을 들어볼까요?
“제리야, 오늘 플스방 가서 위닝일레븐 한 판 할까?”
“좋지! 가자가자. 오랜만에 재밌겠다. 근데 톰, 너 오늘도 저번처럼 무참하게 질 준비 되어있냐?”
“하하하. 어이없네. 저번에는 내가 봐준거야.”
“거짓말하기는~ 그럼 오늘은 절대로 봐주지 마라?”
“안 봐줄거야! 아참, 그런데 아까 점심 먹다 다친 손가락이 아직도 아프네. 씁~.”
“뭐? 손가락이 어째? 이 녀석이 질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밑밥을 까네?”
“야! 밑밥 까는거 아니거든? 이 자식이! 얼른 가자. 내가 아주 혼내줄게.”
“그래. 고고고!”
제리와 톰이 위닝일레븐이라는 축구게임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자주 같이 그 게임을 했겠죠? 그런데 제리가 톰에게 질 준비가 되어있냐고 약을 올리자, 톰은 저번에는 일부러 봐준거라고 말해요. 그러다가 뜬금없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얘기를 꺼내죠. 손가락을 다쳤다는 건 게임기 패드를 조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뜻이잖아요?

그 얘기인 즉슨, 어쩌면 자기가 오늘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죠. 톰의 말을 들은 제리가 바로 응수합니다.
- “뭐? 손가락이 어째? 이 녀석이 질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밑밥을 까네?”
어떠세요? 밑밥을 깔다의 의미가 이해가 되시나요? 밑밥을 깔다는 핑계를 대다
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쓰입니다. 경기에서 질 것 같으니 내가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핑계로 대는 것을 밑밥을 깔다라고 하는 거죠.
정리하면, 한국인들은 승부를 가리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패배에 대한 핑계를 대면 밑밥을 깔다를 써서 이런 말을 하곤 해요.
- “야 임마! 밑밥 깔지마라.”
- “너 지금 밑밥 까냐?”
- “얘는 자신 없을 때는 치사하게 꼭 밑밥을 깔더라.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해!”
참 재미있는 표현 아닌가요? 그리고 혹시 예문들을 들으면서 친한 친구 사이에서만 쓰는 표현이라는 것도 눈치채셨을까요? 맞아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당신 지금 핑계를 대고 있네요’ 하면서 지적하는 일은 애초에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오늘의 표현, 밑밥을 깔다가 핑계를 대다 외에도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백 마디 설명보다 대화문을 한 번 들어보는게 이해가 더 빠르실 것 같아요. 그럼 바로 들어볼까요?
“아빠, 인도가 그렇게 음식이 맛있고 볼거리가 많대요.”
“그래?”
“네. 역사가 깊은 나라잖아요.”
“인도가 역사가 깊은 나라이긴 하지.”
“그래서 배낭여행의 끝판왕이 바로 인도라던데요?”
“그러냐?”
“네. 게다가 비수기에는 인도행 직행 항공권이 100만원도 안 한다던데요? 현지 물가야 당연히 저렴하고요.”
“안 돼.”
“응? 안 된다니 뭐가요?”
“너 지금 인도 여행 가고 싶어서 허락해달라고 밑밥 까는 거잖아. 절대 안 돼.”
“아, 아빠…… 보내주세요……!”
아빠와 아들의 대화였죠.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 아들이 인도 여행의 좋은 점을 슬며시 하나씩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듣던 아빠가 갑자기 안 된다고 하죠. 여행을 허락해줄 수 없다고 말해요. 그 다음 아빠의 대사에서 오늘의 표현이 등장하죠.
- “너 지금 인도 여행 가고 싶어서 허락해달라고 밑밥 까는 거잖아. 절대 안 돼.”
어떠세요? 이때의 밑밥을 깔다는 핑계를 대다(X)
라는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에 가까운 것 같죠? 이때 쓰인 밑밥을 깔다는 사전 작업을 하다
혹은 물밑 작업을 하다
의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전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조금 준비를 해놓는 것을 말해요. 그 일이 실제로 시작되었을 때 더 잘되도록, 더 잘 성공하도록 미리 조금 준비를 갖춰놓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물밑 작업을 하다 역시 사전 작업을 하다와 거의 비슷한 뜻인데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하는 작업이라는 뜻이거든요.
예문에서 아들이 인도 여행의 좋은 점 여러 가지를 먼저 아버지에게 얘기한 것이 바로 사전 작업이죠. 그렇지만 우리의 위대하신 아버지들은 아들의 속마음을 단박에 눈치 채는 능력들이 있으시죠. 아들이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 밑밥을 깔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은 한 가지 표현으로 두 가지 용법을 배워봤어요. 핑계를 대다 대신에 밑밥을 깔다를 쓸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사전 작업을 하다 대신에도 밑밥을 깔다를 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다소 평범한 표현보다, 이렇게 한국어 원어민들이 즐겨 쓰는 표현들을 알아갈수록 한국어 원어민처럼 말하기에 한발 씩 가까워져 가는 것 같지 않으세요? 하하하! 네 제가 지금 여러분께 별 다섯개 리뷰를 남겨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밑밥을 까는 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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