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가을(을) 타다
주요 어휘

넘나들다 「동사」
「1」 【…을】 경계, 기준 따위를 넘어갔다 넘어왔다 하다.
- 국경을 넘나들다.
- 그 선수의 공은 시속 140km를 넘나든다.
「2」 【…에】【…으로】【…을】 어떤 특정 장소 혹은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다.
- 강물이 둑 위로 넘나들다.

알록달록 「부사」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정의 「명사」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 정의를 내리다.

우중충하다 「형용사」
「1」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어둡고 침침하다.
- 우중충한 표정/모습/날씨.
「2」 오래되거나 바래서 색깔이 선명하지 못하다.
- 우중충한 빛깔.
- 페인트칠이 우중충한 건물.

나른하다 「형용사」
【…이】 맥이 풀리거나 몸이 고단하여 기운이 없다.
- 봄이라서 그런지 몸이 나른하다.
- 일을 마쳤더니 온몸이 나른하고 절로 졸음이 왔다.

한국은 지금 아주 무더운 여름입니다. 35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더위도 곧 지나가겠죠? 그러면 온세상이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이 찾아올 거예요. 그래서 오늘의 표현을 준비해봤습니다.

가을을 타다.

가을을 탄다니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가을은 계절이잖아요? 그러면 계절을 버스나 택시처럼 탑승 한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계절에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른다는 걸까요? 대체 무슨 말일까요?

가을을 타다라는 표현은 우리의 기분, 우리의 감정과 관련이 있는 표현입니다.

우리의 기분은 날씨의 영향을 받잖아요. 화창한 날에는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간혹 우울해지기도 하죠. 계절이 우리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계절은 하루이틀만에 지나가는 게 아니고,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이어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계절이 우리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고, 그렇게 영향을 받는 내 기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한국어에는 이런 표현이 생겼습니다.

‘가을을 타다’ 또는 목적격 조사인 ‘을’을 빼서,

‘가을 타다’ 이렇게 말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실제 회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말하게 될까요?

  • “나 가을 타나봐.”
  • “나 가을 타는 것 같아.”
  • “그녀는 가을을 타는지 요즘 기분이 우울해 보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여러분, ‘가을을 타다’라는 표현의 의미가 짐작이 가시나요? 세 번째 예시에 힌트(Hint)가 조금 있었죠? 가을이라는 계절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그 표현의 뜻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날씨는 쌀쌀해지고,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하죠. 낙엽이 떨어지고, 하늘은 흐려집니다. 세상에서 초록빛이 사라져간다고 할까요? 가을은 한 마디로 조금 우울한 계절입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가을이 로맨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우리의 기분은 이 가을의 분위기를 따라서 조금 감성적으로 변하곤 해요. 평소에는 느끼지 않던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을을 심하게 타는 사람은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가을 타다’라는 표현이 뜻하는 우리의 감정이란 게, 딱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워요. 오히려 되게 복잡하죠. 복잡한 여러가지 감정들이 그 표현 하나에 전부 들어있어요. 외로움, 아쉬움, 공허함, 이런 키워드(Keywords)들과 함께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흥미로운 사실은 ‘가을을 타다’라는 표현이 꼭 부정적인 문맥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한국인들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그 계절에 느끼는 조금 우중충한 감정들을 로맨틱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만약에 주변에서 한국인 친구가 가을을 탄다고 얘기를 한다면,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보다는 보통 캐주얼한 감정표현인 경우가 더 많을테니까요. 그냥 친구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도 해주고, 조금 재밌게 만들어주면 친구는 충분히 가을을 타는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가을 말고 다른 계절, 그러니까 봄, 여름, 그리고 겨울은 안 타나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겠죠?

네! 가을 타다와 한 쌍을 이루는 봄을 타다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과 겨울은 없어요. 여름을 탄다거나 겨울을 탄다고 말하는 경우는 저는 별로 보지를 못 했거든요. 물론 여름과 겨울의 계절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어쨌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설명 하는거니까 ‘여름을 탄다’라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그건 한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은 아니라는 것! 기억하시고요.

자, 그럼 봄을 타다가 무슨 뜻이냐면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잖아요. 창밖으론 노란 햇살이 비추고, 세상은 초록빛으로 물들어가고. 그러면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져요. 싱숭생숭해진다는 말은요?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들떠서 어수선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이에요.

일을 해야하는데 일에 집중이 안 되고, 몸이 나른해지기도 하고, 식욕도 떨어지고 말이죠. 가을을 타는 기분과 비교해보면 가을에는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서 일을 못 하는 거잖아요. 근데 봄에는 기분이 들떠서 일을 못 하는 거예요.

결국에는 둘 다 일을 못 하는 거네요? 여러분, 봄을 타도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여름을 타도 일에 집중이 안 된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냥 일이 하기 싫은 걸지도 몰라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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