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알아서 해!
주요 어휘

신경전 「명사」
경쟁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 사이에서, 말이나 행동으로써 상대편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 또는 그런 싸움.
- 회견장에서 각 신문사의 기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펼쳤다.
- 차기 정권을 놓고 대권 후보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조립 「명사」
여러 부품을 하나의 구조물로 짜 맞춤. 또는 그런 것.
- 장난감을 조립하다.
- 자동차 조립 공장.

부수적 「명사」
주된 것이나 기본적인 것에 붙어서 따르는 것.
- 부수적인 문제.
- 부수적인 효과를 얻다.
- 소비가 증가하면 부수적으로 쓰레기도 증가한다.

주체 「명사」
『언어』 문장 내에서 술어의 동작을 나타내는 대상이나 술어의 상태를 나타내는 대상.

당사자 「명사」
어떤 일이나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사람. ≒당인, 당자, 당지자.
- 당사자 이외 출입 금지.
- 당사자가 처리할 문제.

협박 「명사」
겁을 주며 압력을 가하여 남에게 억지로 어떤 일을 하도록 함.
- 협박 편지.
- 협박을 당하다.

오늘의 표현은 ‘알아서 하다’입니다. 말다툼을 할 때 쓰기 좋은 표현이죠. 그렇다고 심각한 싸움에서 쓰는 말은 아니고요. 친한 사이에서 사소한 갈등이나 신경전 등이 있을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

우선, ‘알아서’는 동사 ‘알다’에 ‘-아서’라는 어미가 결합하여서 ‘알아서’로 변화된 것이죠. 그렇다면 ‘알아서’는 무슨 뜻일까요?

어미 ‘-아서’ 의 용도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 첫 번째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용도
  • 두 번째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용도
  • 세 번째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내는 용도

‘알아서 하다’의 ‘알아서’는 바로 세 번째 용도에 해당됩니다.

어미 ‘-아서’ 가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알아서’라는 말이 ‘아는대로’ 또는 ‘아는 방법으로’ 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거겠죠?

이제 상황을 예로 들면서 ‘알아서 하다’의 의미를 설명드려볼게요. 여러분이 이케아에 가서 서랍장을 하나 사왔어요. 이케아는 전부 직접 조립을 하는 가구잖아요? 그래서 설명서를 딱 펼쳐놓고 열심히 조립을 시작하는 거예요. 조금 어렵기는 해도 천천히, 꼼꼼하게 하면 충분히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이나, 친구가 끼어들어서 말하는거죠.

“에이……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먼저 여기 이 부분을 잡고 돌린 다음에 십자드라이버를…….”

“저기, 있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거참, 나사를 너무 깊게 박으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아!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잔소리 좀 그만하고 저리 가!”

알아서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내 능력으로 스스로 하겠다는 거예요. ‘내가 직접 혼자서 해결할거다’라는 말과 같죠. 그러면 이 표현을 명령형 표현으로 조금 바꿔서 다른 사람을 향해 내가 이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네 할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 “네 방청소 쯤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엄마가 꼭 매번 해줘야겠니?”
  • “재훈씨, 이틀의 기한을 줄테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알아서 하시죠?”

알아서 해라.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이 표현을 써서 말을 한다면, “스스로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을 처리해라”라고 말하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자, ‘알아서 하다’의 주된 용법이 이렇게, “내가 혼자서 할테니까 잔소리 그만해!” 라는 것이라면, 부수적인 용법도 있는데요.

그건 바로, 잇츠 업 투유(It’s up to you)! 선택이나 결정을 상대방한테 맡기는 것이죠. 선택권을 상대방한테 완전히 줘버리는 거예요.

또 상황을 하나 예로 들어 볼게요. 어느 날 멋진 그림 액자를 사왔어요. 그런데 집안에서 어느쪽 벽에 이 액자를 걸면 좋을지 고르려고 해요. 그 때 ‘알아서 해’를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여보, 이 그림을 거실에 둘까, 아니면 침실에 둘까?”

“음…… 난 신경 안쓰니까 자기가 알아서 해.”

다음 상황은, 애인과 데이트 중에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고 쳐요. 그 때 ‘알아서 해’를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자기야, 크림파스타 먹을래, 토마토파스타 먹을래?”

“어 있잖아. 나 화장실이 너무 급해! 다녀올테니까. 주문은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해줘.”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결국, 알아서 하게 되는 주체, 알아서 하게 되는 당사자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하거나 판단하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자, 그러면 이렇게 두 가지 용법을 알아봤는데요. 사실 세번째 용법이 또 있습니다. 마지막 용법은 바로,

“하…… 그래…… 알아서 해.”

이 말이 어떤 의미로 들리시나요? 더 들어볼까요?

“그래…… 알아서 해.”

“그래…… 알아서 하라고…….”

자, 마지막 용도는 바로 경고, 경고! 입니다. 이런 표현을 두고 한국인들은 반협박조, 반협박조라고 칭하는데요. 반협박조의 뜻은 진짜 협박은 아니지만, 거의 협박 같은 말투라는 뜻이에요.

아니, 경고 또는 협박이라니? 과연 어떤 상황에서 ‘알아서 하다’가 그렇게 쓰이는 걸까요? 제 머릿속에 딱 적당한 상황 하나가 떠오르네요.

제 친구들 중에는 결혼을 한 친구들이 있어요. 결혼을 일단 하게 되면은 그 결혼을 한 사람들은 결혼하기 전과 비교해서 생활방식이 많이 달라지잖아요. 아무래도 누군가와 이제 인생을 함께 하게 되니까. 예전처럼, 완전히 똑같이 살 순 없겠죠. 특히 결혼 전에는 막 친구들과 어울려서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기도 하는데 근데 결혼 후에는 그렇게 노는 것이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제 친구들이 아내에게 집밖에서 늦게까지 놀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여보, 나 오늘 친구들 만나서 술 좀 마시면 안 돼? 집에 열두시까지 들어갈게.”

그러면 아내들이 이런 식으로 대답하곤 해요.

“아니, 자기가 무슨 아직도 총각인줄 알아? 에휴. 알아서 해~.”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밤늦게까지 술먹고 노는 걸 허락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런데 너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그렇게 간섭을 하는 것도 미안하게 여겨지고, 또 이런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와 같이 말해버리는 거예요.

“그냥 알아서 해…….”

만약에 여기서 이런 대답을 들은 남편이,

“응!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이따가 집에서 봐용!”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쟁의 시작입니다. 여러분, 전쟁의 시작! 아내의 말, ‘알아서 해’는 절대로 허락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포기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셔야 됩니다.

‘아니, 저는 결혼을 안해봐서 예로 든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가는데요?’ 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럼 이런 예시는 어떨까요? 여러분들 모두 어렸을 때 숙제를 하기 싫어서 미루다가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으시죠? 없나요? 저는 어렸을 때 엄마에게 이 말을 되게 자주 들었어요. 한국의 엄마들은 숙제를 안 하려고 구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거든요.

“너 오늘도 숙제 안하기만 해봐. 알아서 해. 응?”

바로 여기서도 엄마가 아들에게 ‘알아서 해’라고 말할 때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을 처리해라!’ 라는 뜻이 아니에요. 굳이 해석을 하자면,

“너 숙제를 안하면 엄마한테 혼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

라는 뜻에 가깝다고 할까요? 왜 ‘알아서 해’의 세번째 용도가 반협박 혹은 경고라고 하는지 이제 아시겠죠?

이렇게 ‘알아서 하다’의 용법이 무려 세가지나 있기 때문에 실제 대화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알아서 하다’가 사용된 문맥과 그 말한 사람의 어조, 특히 어조에 신경을 많이 써서 구분을 해야 한다는 것 기억하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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